피부도 자연도 지키는 친환경 여행용 선크림·방충제 선택법

여행을 떠날 때 선크림과 방충제는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이다. 하지만 많은 여행자가 알지 못하는 사실은, 우리가 여행지에서 바르는 선크림 한 번, 방충제 한 번이 현지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특히 해양 환경·산호초·습지·열대림과 같이 민감한 생태 지역에서는 특정 성분이 생물종에 축적되고, 물을 통해 확산되며, 미세한 농도만으로도 장기적 영향을 남길 수 있다. 여행자의 피부를 보호하는 제품이, 누군가의 서식지에는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 성분은 산호의 성장과 회복을 방해해 ‘산호 백화’를 유발한다는 연구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DEET 기반 방충제는 곤충뿐 아니라 양서류·물고기·수서생물에도 독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DEET 잔류가 식수원에 발견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성분이 여행자의 손에서 흘러내리거나 바다에서 씻겨 나가 ‘여행자가 떠난 뒤에도’ 환경에 오래 남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보호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자외선 차단은 장기적 피부 손상을 막는 데 필수이며, 모기나 해충으로 인한 질병 위험이 큰 지역도 많다. 중요한 것은 피부와 자연을 동시에 지키는 선택이다. 최근에는 생분해성 포뮬러, 무기 자외선 차단제, 식물성 추출 기반 방충제 등 여행자와 환경 모두에게 안전한 제품 라인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친환경 선크림·방충제를 고르는 핵심 기준부터, 여행지 유형별 추천 전략, 주의해야 할 성분, 지속 가능한 사용법까지 단계적으로 안내한다. 여행자가 조금만 더 의식적으로 선택한다면, 피부 건강은 물론 여행지의 생태계까지 함께 지킬 수 있다. 작은 변화가 여행 전체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준다.

지속가능한 여행, 선크림 방충제 선택

친환경 선크림을 선택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기준

친환경 선크림을 고르는 과정은 단순히 “자극이 적은 제품”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여행자는 자신의 피부뿐 아니라 여행지의 생태계를 함께 지키는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해양, 산호초, 습지, 강, 호수 등 다양한 환경에서 선크림 성분은 물에 용해되거나 생물체에 축적될 수 있으며, 지역 생태계의 회복력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선크림을 선택할 때는 자외선 차단 지수뿐 아니라 환경 독성 여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로 확인해야 할 요소는 무기 자외선 차단제(Mineral Filter) 기반인지 여부다. 옥시벤존(oxybenzone), 옥티녹세이트(octinoxate), 옥토크릴렌(octocrylene), 호모살레이트(homosalate) 등 유기 자외선 차단제 성분은 산호 DNA 손상을 유발하고, 해양 미세조류와 무척추동물의 성장률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무기 자외선 차단제인 징크옥사이드(Zinc Oxide), 이산화티타늄(Titanium Dioxide)은 해양 생물 독성이 낮고, 분해 과정도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단, 나노(Nano) 크기는 피하고 Non-Nano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노 입자는 일부 해양 생물의 체내에 축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준은 생분해성(Biodegradable) 포뮬러 여부다. 생분해성 제품은 자연 환경에서 90일 내 70% 이상 분해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환경 잔존성이 낮다. 특히 해양 관광이 많은 지역에서는 'Reef Safe'라는 문구를 붙이지만, 실제 기준은 브랜드마다 다르므로 성분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생분해성이 확보된 제품일수록 여행자가 바다·강·호수 등 수역에서 활동할 때 생태계에 남기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화학적 첨가물의 최소화다. 향료, 색소, 파라벤, 페녹시에탄올, 실리콘 기반 성분은 피부 자극뿐 아니라 수서 생태계에 장기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실리콘 오일류는 물에 잘 분해되지 않아 오염 축적을 유발하는데, 이는 작은 호수나 강 주변의 생태계에 더 큰 부담을 준다. 여행지의 생태 특성을 고려해 첨가물이 적고 포뮬러가 단순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환경 부담을 낮춘다.

네 번째 기준은 환경 인증 라벨의 신뢰성이다. 대표적으로 EcoCert, EWG Verified, Cosmos Organic 인증은 생산·포장·성분 안전성을 엄격하게 평가해 부여하는 라벨이다. 이러한 인증이 있다고 해서 100% 환경 무해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안전 기준과 지속 가능성 기준을 충족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공신력이 낮은 ‘자체 친환경 라벨’에는 주의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여행지의 환경 특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산호초가 많은 열대 지역에서는 Reef-safe 기준이 특히 중요하며, 고산지대에서는 자외선 지수가 높아 PA 등급이 높은 제품이 필요하다. 습지·호수 기반 여행에서는 수역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Non-Nano·무향 제품이 적합하다. 즉, 여행자의 목적지와 활동 유형에 따라 선크림의 친환경 기준은 달라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소비 패턴 자체의 조절이다. 친환경 성분이라 해도 과도한 사용은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행자는 필요한 부위에 적정량을 바르고, 수중 활동 전에는 되도록 20~30분 전에 바르는 방식으로 제품이 피부에 안정적으로 흡착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가능한 경우, 모자·긴팔 래시가드 등 자외선 차단 의류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이다. 이는 선크림 사용량 자체를 줄여 자연에 남는 잔여물을 최소화한다.

친환경 선크림 선택은 여행자의 작은 준비에서 시작되지만, 그 선택은 민감한 생태계의 회복력에 실질적 영향을 준다. 여행자는 이러한 기준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피부와 자연을 동시에 보호하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실천할 수 있다.

자연을 지키는 친환경 방충제 선택 기준과 사용 원칙

여행지는 기후와 생태 환경에 따라 모기, 진드기, 벌레 등 다양한 곤충이 서식한다. 하지만 곤충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존재이며, 무분별한 화학 방충제 사용은 개체군 감소와 지역 생태계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여행자가 선택해야 할 것은 ‘곤충을 무조건 죽이는 제품’이 아니라, 사람의 안전과 생태계 보호를 동시에 충족하는 지속 가능한 방충제다.

방충제를 고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성분은 DEET(디트)이다. DEET는 높은 효과를 가진 성분이지만, 수생 환경에 유입될 경우 산호·어류·양서류에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열대 여행지·습지·호수 인근에서는 DEET가 하천으로 흘러가 수서 환경의 미세 생물군을 파괴하는 사례가 보고되어 있다. 그렇다고 DEET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며, 말라리아·뎅기열 위험 지역에서는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일반적인 여행지라면 DEET 농도 10% 이하 혹은 무DEET 제품이 환경적 부담이 훨씬 적다.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식물성 정유 기반 성분이다. 대표적으로 레몬유칼립투스 오일(LEO), 시트로넬라, 라벤더, 제라늄 오일 등이 있으며, 자연 분해가 빠르고 생태 독성이 낮다. 특히 레몬유칼립투스 오일은 CDC가 ‘효과 인증’한 천연 성분으로, 모기 퇴치 효과가 DEET 20%와 유사하다는 연구가 있다. 단, 천연 성분도 고농도·과도 사용 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여행자는 피부 테스트와 적정량 사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 고려 요소는 제품의 제형이다. 스프레이형은 사용 시 공기 중에 미세 입자가 확산되어 주변 생태계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반면 롤온·로션·스틱 제형은 피부 도포 범위를 조절할 수 있어 자연 환경으로의 확산이 최소화된다. 특히 국립공원·습지 보호구역에서는 스프레이 방충제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으니 여행지 방문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세 번째 기준은 환경 잔여물 최소화 패키지다. 플라스틱 대용량 펌프 제품보다 금속 용기·재활용 플라스틱(RPET) 패키지·리필 제품 등 환경 부담이 적은 형태를 선택해야 한다. 일부 브랜드는 생분해성 용기 또는 퇴비화 가능한 패키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여행자는 “잘 보이는 화려한 패키지”보다 환경 발자국이 적은 패키지를 선택하는 것이 여행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실질적 행동이다.

네 번째로 중요한 기준은 여행지의 생물다양성 특성이다. 열대 우림·습지·사바나·사막 등 생태계마다 모기와 곤충의 종류가 다르고, 그에 따라 필요한 방충 성분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동남아 해안 지역에서는 시트로넬라 기반 제품이 효과적이며, 숲이나 정글에서는 레몬유칼립투스 오일 기반 제품이 효과가 더 높다. 반면 유럽의 대부분 도시권에서는 피부 보호 위주 제품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즉, 지역 생태계에 맞는 방충 전략이 곧 환경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친환경 방충제를 사용할 때는 ‘사용 방식’ 또한 매우 중요하다. 첫째, 필요 부위에만 얇게 바르는 것이 좋다. 넓은 범위에 과도하게 사용할수록 자연에 남는 잔여물도 늘어난다. 둘째, 입수(바다·강·호수) 30분 전에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물속에서 방충제 성분이 바로 용출되어 수서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옷·모기장·버프 등 물리적 차단법과 병행하면 화학적 성분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방충제는 여행자 본인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단순히 “환경만 고려하자”는 접근이 아니라, 자기 보호와 생태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지속 가능한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자연 기반 성분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고, 지역별 방충 전략을 이해하며, 과도한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여행자는 현지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남길 수 있다.

여행지별 친환경 선크림·방충제 사용 전략과 상황별 적용법

친환경 선크림과 방충제를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여행지의 환경 특성에 맞게 사용하는 전략이다. 기후, 생태계 구조, 수생 환경 여부, 자외선 세기, 곤충 서식지 밀도 등은 지역마다 매우 다르며, 동일한 제품이라도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환경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이 파트에서는 여행지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각 환경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사용법을 안내한다.

① 해양·비치 여행지(하와이, 발리, 오키나와 등)
해양 생태계는 자외선 차단제와 방충제의 ‘미세 성분’에 특히 취약하다. 옥시벤존·옥티녹세이트를 포함한 화학 자외선 차단제는 산호 DNA 손상을 유발하고 산호 백화를 가속한다는 연구가 반복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따라서 해양 지역에서는 반드시 무기 자외선 차단제(징크옥사이드·티타늄디옥사이드 기반)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바다 입수 20~30분 전에는 선크림 도포를 중단하고, 물에 강한 워터프루프 제품을 활용하여 물속에 용출되는 성분을 최소화해야 한다. 방충제의 경우, 스프레이보다는 롤온·스틱 형태를 사용해 바다로 확산되는 입자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 국립공원·산악·숲(요세미티, 지리산, 우붓 숲)
산악 지역은 자외선이 더 강하고 모기·진드기·곤충류 활동이 활발해 선크림과 방충제 모두 집중 관리가 필요한 환경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과도한 양을 피부에 바르지 않는 것’이다. 물이 많지 않은 산악 지역에서는 비바람이나 땀을 통해 제품이 토양으로 쉽게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는 얼굴·목 등 노출 부위에만 선크림을 바르고, 팔·다리는 긴 소매 기능성 의류로 커버해 화학 성분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방충제는 레몬유칼립투스 오일 기반 제품이 숲 지역에서 높은 효과를 보이며, 국립공원에서는 DEET 사용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관련글 : 지속 가능한 여행지 TOP 10이 전하는 변화와 의미 참조)

③ 도시 여행(파리, 도쿄, 뉴욕 등)
도시 환경에서는 생태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위험이 가장 낮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 선택’의 핵심은 환경에 남는 화학 성분보다 지속 가능한 소비 패턴에 가까워진다. 대량 패키지 대신 소용량 리필형, 재활용 플라스틱 패키지, 생분해성 포뮬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도시에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두껍게 바르기보다는 자주 소량 보충하는 방식’이 피부에도, 환경에도 더 지속 가능하다. 방충제는 도심에서는 거의 필요하지 않으므로, 불필요한 제품을 미리 구매하지 않는 것 자체가 친환경 행동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④ 강·호수·습지 지역(케냐 마사이마라 인근 습지, 동남아 라군 등)
수서 생태계는 화학 성분에 매우 민감하며, 방충제와 선크림이 가장 빠르게 유입되는 환경이기도 하다. 이때는 입수 1시간 전부터는 선크림 및 방충제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대신 래시가드·UV 차단 의류 등 물리적 차단 장비를 활용하여 자외선 차단을 해결하는 방식이 환경적 부담을 최소화한다. 방충제는 롤온·스틱 방식만 사용하고, 수면 가까운 지역에서는 천연 성분의 퇴치제(레몬그라스 디퓨저·시트로넬라 오일)를 공간형으로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여행지별 전략만큼 중요한 것이 제품의 사용 시간과 사용량 조절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바른 직후”에 가장 많이 환경에 흘러들어간다. 따라서 이동 중·숙소에서 미리 도포를 완료하고, 해변이나 강가에 도착한 후에는 추가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방충제 역시 입수 직전이나 바람이 강한 환경에서 사용하면 대기와 수서 환경으로 더 쉽게 확산된다. 즉, ‘언제 바르는가’가 환경 영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마지막으로, 여행자는 제품을 선택할 때 “지속 가능한 인증”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리프 세이프(Reef Safe), 비건 인증, 크루얼티 프리, 생분해성 포뮬러, 환경 독성 테스트 완료 등은 제품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음을 보여준다. 인증 자체가 완벽함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환경 기준을 충족한 안전장치로서 의미가 있다.

친환경 선크림과 방충제는 단순히 여행자의 피부를 보호하는 제품이 아니다. 그것은 여행자가 방문하는 생태계에 대한 존중이며, 책임 있는 발자국을 남기는 행동이다. 조금 더 신중한 선택과 상황별 전략만으로도 여행자는 자연과 공존하는 여행을 실천할 수 있다.

여행에서도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제안

여행에서 사용하는 선크림과 방충제는 피부를 보호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여행지가 가진 자연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우리는 보통 “잘 발리고, 향이 좋고, 효과가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데 익숙하지만, 여행의 환경이 달라질수록 그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특히 해양 환경이 민감한 지역, 열대우림, 고산 생태계처럼 작은 화학 성분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연에서는 여행자의 선택 하나가 자연 회복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친환경 성분 기반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순한 착한 소비가 아니라 여행지의 미래를 지키는 실질적인 행동이다.

또한 지속 가능 제품을 선택하는 과정은 여행자의 일상 감각까지 바꾼다. 화학 필터 대신 미네랄 필터를 사용한 선크림은 조금 더 천천히 펴 발라야 하고, 합성향이 배제된 방충제는 자연 그대로의 향을 느끼게 한다. 이 작은 ‘느림’은 여행에서의 감각을 더욱 섬세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습관으로 이어져, 일상 속 화장품·생활용품 소비 패턴까지 더 건강한 방향으로 전환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행자로서 우리는 자연의 ‘손님’이라는 사실이다. 해변에서는 산호를, 숲에서는 곤충과 토양을, 강가에서는 작은 조류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 선크림과 방충제는 작아 보이지만, 여행자 수가 늘어날수록 그 총량은 생태계 전체에 거대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자신의 피부를 지키는 선택이 자연에게도 안전해야 한다는 원칙은 앞으로의 모든 여행에서 기본 기준이 되어야 한다.

여행은 순간이지만, 여행자가 남기는 흔적은 오래 남는다. 이제는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을 지켜주는 여행을 선택할 때다. 친환경 선크림과 방충제는 그 변화의 시작점이다. 우리가 하나의 제품을 바꾸는 순간, 여행지의 미래도 함께 바뀐다. 자연을 아끼는 선택은 언제나 여행자를 더 깊고 넓게 성장시키는 경험으로 되돌아온다.

부록 — 친환경 선크림·방충제 선택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와 국제 규제 흐름

친환경 선크림과 방충제가 강조되는 이유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여러 국제 연구가 보여주는 명확한 생태계 영향 때문이다. 특히 해양 생태계에서는 자외선 차단제의 화학 성분이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게 확인되었다.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원(NIEHS)의 2020년 연구에서는 옥시벤존(Oxybenzone), 옥티노세이트(Octinoxate)가 산호의 DNA 손상과 백화(bleaching)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이 성분들은 산호 유생의 정상 성장을 저해하고, 해양 플랑크톤의 생존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화학 필터 성분이 자외선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반응 부산물이 미세 생물에 독성을 띠기 때문이다.

방충제 또한 자연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DEET 성분이 인체 사용에 안전하다고 평가했지만, 2018년 유럽 화학물질청(ECHA) 조사에서는 DEET 농도가 높은 제품이 일부 수서 곤충 및 민감한 양서류에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을 보고했다. 이에 따라 최근 관광지에서는 ‘피부 보호 효과 + 생태계 안전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시트로넬라, 레몬유칼립투스 오일(Eucalyptus citriodora), IR3535 기반 제품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

국제 규제 흐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와이주는 2021년부터 산호 독성 성분이 포함된 선크림의 판매·유통을 법적으로 금지했고, 태국·팔라우·보네르섬 등 여러 해양 보호 지역도 동일한 조치를 도입했다. 이 지역들은 공통적으로 선크림 금지 이후 산호 서식지의 스트레스 지표가 안정되고, 미세조류 성장률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고하고 있다. 이는 여행자의 작은 선택이 자연 회복력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여행자가 친환경 제품을 선택할 때 참고하면 좋은 국제 인증도 있다. 친환경 선크림의 경우 ‘Reef Safe’ 표기나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인증을 활용할 수 있으며, 방충제는 WHO 권고 성분 리스트 또는 미국환경보호청(EPA) 안전 등록표를 검토하면 선택이 훨씬 명확해진다. 결국 친환경 여행용 제품 선택은 단순한 ‘좋은 습관’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여행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