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견딜 수 있는 여행을 위하여: 섬 여행 시 반드시 지켜야 할 환경 보존 체크리스트 가이드
요즘 여행의 목적은 ‘보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에 가까워졌다. SNS 피드에는 끝없이 새로운 풍경과 포즈가 올라오고, 사람들은 ‘좋아요’의 숫자를 위해 더 멀리, 더 극적으로 이동한다. 이른바 ‘인플루언서 여행 스타일’은 감각적이고 아름답다. 그러나 그 화려한 한 장의 사진 뒤에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존재한다. 방문객이 몰리면서 훼손되는 자연, 소음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마을, 심지어 사진 한 장을 위해 망가진 생태계가 있다. ‘여행의 기록’이 ‘콘텐츠 생산’으로 바뀐 지금, 여행자는 단순한 방문객이 아니라 영향력 있는 미디어가 되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나는 이 장면을 남기기 위해 무엇을 파괴하고 있는가?”
1. SNS 명소화로 인한 과잉 관광(Overtourism) : 한 명의 인플루언서가 올린 아름다운 사진은 순식간에 수천 명의 발걸음을 불러온다. 사진 속 ‘비밀의 장소’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며, 그곳은 관광객의 무질서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예를 들어, 발리의 ‘천국의 문(Lempuyang Temple)’은 인플루언서들의 사진 명소로 유명해졌지만, 그 결과 지역 주민의 생활 공간이 관광객으로 포화됐다. 수십 미터 줄을 서서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현지인의 이동로가 막히는 장면은 이제 흔하다. 이처럼 SNS를 통한 명소화는 지역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관광 수입은 늘지만, 그에 따른 자원 소모와 쓰레기 배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결국 아름다움은 피드 속에서만 남고, 현실의 장소는 점점 병들어간다.
2. 자연 훼손을 초래하는 무리한 촬영 : 더 극적인 사진을 위해 절벽 끝, 보호구역, 사유지까지 침범하는 일이 흔하다. 특히 드론 촬영은 조류의 번식지나 야생 서식지를 교란시키고, 하이킹 코스나 사막, 해안의 자연 지형은 사진 촬영을 위한 인파로 마모되고 있다. ‘좋아요’를 얻기 위해 금지된 구역에 들어가거나, 꽃을 꺾어 장식하는 행위는 결국 자연을 배경으로 한 자기 과시에 불과하다. 이런 행동은 자연을 감상하는 여행자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3. 문화적 오해와 왜곡 :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전통 의상이나 종교 유적지에서 현지 문화를 맥락 없이 소비한다. 그 결과, 지역의 문화는 ‘이국적 배경’으로 전락한다. 예를 들어, 인도의 사원에서 신발을 신고 포즈를 취하거나, 일본의 게이샤 문화를 ‘코스프레’처럼 소비하는 행위는 현지인에게 모욕으로 느껴질 수 있다. 문화는 장식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이어야 한다.
4. 쓰레기와 자원 낭비의 급증 : 인플루언서 촬영 팀이 늘어나면서 조명, 의상, 음식 소품 등 대규모의 일회용품이 사용된다. 또한 여행 중 사용되는 플라스틱 컵, 포장지, 차량 이동은 막대한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사진 한 장, 영상 몇 초를 위해 낭비되는 자원은 그들이 주장하는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의 그림자다. 그 자유는 결국 지구가 대신 지불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여행 콘텐츠의 문제는 개인보다 시스템에 있다. SNS 알고리즘은 ‘자극적이고 완벽한 이미지’에 더 높은 노출을 부여한다. 결국 여행자는 자신도 모르게 ‘좋아요’를 위한 경쟁 속에 휘말리게 된다. 또한 플랫폼은 ‘조회수’와 ‘팔로워 수’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윤리성보다 ‘보이는 결과’가 우선된다. 이 구조 속에서 ‘조용한 여행’, ‘배려하는 여행’은 주목받지 못하고, ‘위험한 포즈’, ‘극적인 장면’만이 바이럴 된다. 결국 SNS는 환경 파괴형 여행을 미화하는 무대가 되어버린다.
이제 여행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미디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사진을 찍기 전, ‘이 행동이 그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먼저 생각하자.
1. 윤리적 콘텐츠 생산 : - 접근 금지 구역이나 보호 지역에서는 촬영을 자제한다. / - 자연물, 동물, 사람을 ‘소품’처럼 다루지 않는다. / - 현실의 풍경을 왜곡하는 과도한 편집을 피한다.
2. 영향력의 책임 자각 : 팔로워 수가 많을수록, 한 장의 사진이 미치는 영향은 커진다. 따라서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콘텐츠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나 하나쯤 괜찮겠지”가 아니라, “내가 보여주는 것이 곧 누군가의 행동이 된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3. 로컬 중심의 콘텐츠로 전환 : 단순히 풍경을 보여주는 대신, 현지인과의 대화, 지역 전통,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조명하자. 이런 콘텐츠는 느리지만 깊다. 그 속에는 ‘진짜 여행의 의미’가 담겨 있다.
4. 팔로워로서의 윤리적 소비 : 우리 역시 책임이 있다. 환경을 해치는 콘텐츠를 ‘좋아요’로 보상하지 말자. 대신, 자연과 사람을 존중하는 여행자의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을 보내자. 작은 클릭 하나가 콘텐츠 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
여행의 본질은 ‘자연과의 교감’이지 ‘자기 연출’이 아니다. SNS 속 완벽한 장면은 몇 초지만, 그 뒤에 남는 자연의 상처는 수십 년이다. 이제 우리는 ‘좋아요’를 위해 파괴하는 시대를 지나, 존중을 기록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연출이 아니라, 그 자체로 충분히 완벽하다. 진짜 인플루언서는 화려한 포즈를 찍는 사람이 아니라, 조용히 자연을 지키며 그 가치를 전달하는 사람이다. 당신이 다음에 올릴 한 장의 사진이 누군가의 발걸음을 바꿀 수 있다면, 그 영향력은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니라 ‘책임’이다. 지속 가능한 여행은 결국, 보여주는 여행에서 공존하는 여행으로의 전환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