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 비행의 실체: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는 정말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항공 산업의 탈탄소화는 단순한 연료 교체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에너지 밀도(MJ/kg)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현존하는 전 세계 수십만 대의 제트 엔진 인프라를 유지해야 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공학적 도전’이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의 약 2.5%~3%를 차지하는 항공 산업은 소위 '하드 투 어베이트(Hard-to-Abate)' 섹션으로 분류됩니다. 철강이나 시멘트 산업처럼 탄소 감축이 극도로 어려운 분야라는 의미입니다. 전기 비행기는 배터리의 낮은 에너지 밀도 때문에 단거리 비행에 국한되고, 수소 비행기는 액체 수소 저장 탱크의 부피와 영하 253도의 극저온 유지라는 기술적 난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러한 공학적 교착 상태에서 등장한 솔루션이 바로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입니다.
1. SAF의 화학적 본질: '드롭인(Drop-in)' 연료의 공학적 가치
SAF가 기존 바이오 디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드롭인(Drop-in)' 특성입니다. 이는 기존의 화석 기반 항공유인 Jet A 또는 Jet A-1과 분자 구조가 거의 동일하여, 항공기의 가스터빈 엔진이나 공항의 급유 인프라를 단 1%도 수정하지 않고 즉시 혼합(Blending)하여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화학적으로 SAF는 파라핀계 탄화수소를 주성분으로 하며, 화석 연료에 포함된 황(S)이나 방향족 탄화수소(Aromatics) 함량이 극히 낮습니다. 이는 연소 시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비휘발성 미립자(nvPM) 배출을 줄여, 대기 상층부의 빙정 핵 형성을 억제하고 비행운(Contrail)에 의한 온난화 효과까지 동시에 저감하는 부수적 효과를 가져옵니다.
2. 국제 표준 CORSIA와 LCA(전 생애주기 평가)의 엄격한 기
SAF가 탄소 중립적이라고 평가받는 근거는 전 생애주기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에 기반합니다.화석 연료는 지권(Lithosphere)에 장기간 고착되어 있던 탄소를 채굴하여 대기 중으로 일방향 방출하는 선형 구조(Geosphere -> Atmosphere)를 가집니다. 반면, SAF는 원료(식물, 폐기물 등)가 성장 과정에서 대기 중의 탄소를 선제적으로 흡수(Biogenic Carbon Capture)하고 연소 시 다시 배출하는 폐쇄형 순환 구조(Atmosphere -> Biomass -> Atmosphere)를 지향합니다.
⚖️ 글로벌 항공 탄소 규제의 두 축
- ICAO CORSIA (국제항공 탄소상쇄 및 감축제도):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주도하는 제도로, 2019년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초과분에 대해 항공사가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SAF를 사용하여 상쇄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2027년부터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무 단계로 전환됩니다.
- ReFuelEU Aviation (유럽연합 SAF 의무화):
EU는 더 강력한 강제책을 도입했습니다. 2025년 2% 혼합을 시작으로, 2030년 6%, 2050년 70%까지 SAF 사용 비중을 법적으로 강제합니다. 이는 단순한 권고를 넘어 미이행 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실질적인 법적 구속력을 가집니다.
- ASTM D7566 표준:
SAF가 안전한 비행을 보장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국제 기술 규격입니다. 현재까지 HEFA, AtJ 등 7가지 주요 생산 경로가 이 표준 승인을 획득하여 실전 투입이 가능해졌습니다.
3. SAF 생산의 7가지 경로: 원료에 따른 화학적 전환 메커니즘
SAF는 원료(Feedstock)의 종류와 추출 방식에 따라 국제 표준인 ASTM D7566에 의거하여 현재까지 총 7가지 이상의 기술적 경로가 승인되었습니다. 각 경로는 에너지 효율, 탄소 저감률, 그리고 생산 단가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현재 가장 상용화된 방식부터 미래 기술로 손꼽히는 공정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 주요 SAF 생산 기술 분석
① HEFA (Hydroprocessed Esters and Fatty Acids):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을 수소화 처리하여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전 세계 SAF 공급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성숙한 기술입니다. 지방산에서 산소를 제거하고 탄소 사슬을 항공유 규격에 맞게 조정하는 공정을 거칩니다. 원료 수급이 비교적 용이하지만, 식량 자원과의 경쟁 가능성이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② AtJ (Alcohol-to-Jet):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에탄올, 또는 목질계 바이오매스에서 얻은 알코올을 항공유로 전환하는 기술입니다. 탈수(Dehydration), 올리고머화(Oligomerization), 수소화(Hydrogenation)라는 복잡한 화학 단계를 거치며, 바이오 에탄올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③ FT-SPK (Fischer-Tropsch Synthetic Paraffinic Kerosene): 도시 고체 폐기물(MSW)이나 목재 찌꺼기를 가스화하여 합성가스(CO + H2)를 만든 뒤, 이를 피셔-트롭시 공법을 통해 액체 연료로 합성하는 방식입니다. 원료의 범위가 매우 넓어 잠재력이 크지만, 설비 구축 비용(CAPEX)이 매우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4. e-Fuel(e-Jet): 탄소 중립의 최종 단계, 합성 연료
바이오 원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궁극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e-Fuel(Power-to-Liquid)입니다. 이는 대기 중에서 직접 포집한 이산화탄소(CO2)와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여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그린 수소(H2)'를 합성하여 만든 인공 항공유입니다.
이 공정은 토지나 식량 자원을 소모하지 않으며, 이론적으로 100% 탄소 순환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그린 수소 생산 단가와 직접 공기 포집(DAC) 기술의 고비용 문제로 인해 기존 항공유 대비 5~10배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ReFuelEU 규정에 따르면 2030년부터는 전체 SAF 중 일정 비율을 반드시 이 합성 연료(e-Fuel)로 채워야 하므로, 선도적인 항공사들의 선제적 투자가 집중되는 영역입니다.
5. 그린 프리미엄(Green Premium): SAF 도입의 경제적 딜레마
SAF가 기술적으로 완벽한 대안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으로 보급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화석 항공유와의 가격 패리티(Price Parity) 달성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SAF의 생산 단가는 원료와 공정에 따라 기존 항공유 대비 최소 2배에서 최대 5배(e-Fuel의 경우 10배 이상)까지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가격 차이를 업계에서는 '그린 프리미엄'이라 부릅니다.
항공사의 영업이익률이 통상 5~10% 내외인 점을 고려할 때, 연료비가 운영 비용의 약 25~30%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SAF로의 전면 전환은 파산에 가까운 경제적 충격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항공사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할증료(Carbon Surcharge)'를 항공권 가격에 반영하거나,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Scope 3 탄소 배출권' 판매 모델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6. 공급망의 한계: 원료 수급 불균형과 인프라 투자 정체
생산 단가만큼 심각한 문제는 원료(Feedstock)의 희소성입니다. 현재 가장 효율적인 HEFA 공정의 원료인 폐식용유와 동물성 지방은 전 세계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로 인해 원료 확보를 위한 국가 간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원료 가격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 SAF 시장 활성화를 위한 3대 정책 동력
- 세액 공제 및 보조금 (Tax Credits):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같이 SAF 생산 및 블렌딩에 대해 갤런당 직접적인 보조금을 지급하여 민간 투자를 유도.
- 차액결제거래(CfD): 정부가 고정된 SAF 가격을 보장하고 시장 가격과의 차액을 보전해줌으로써 생산자의 재무적 리스크를 완화.
- 강제 혼합 의무화 (Mandates): 유럽의 ReFuelEU처럼 일정 비율 이상의 사용을 법으로 강제하여 안정적인 수요처(Off-take)를 확보.
7. 비행기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가: 항공 운임의 구조적 재편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로의 전환은 결국 '저가 항공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SAF의 높은 생산 단가는 항공사의 유류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이는 직접적인 운임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에 따르면, SAF 혼합 비율이 20%를 상회할 경우 장거리 노선 항공권 가격은 현재보다 최소 10~1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하지만 이는 '비용의 증가'가 아닌 '외부 효과의 내부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동안 항공 운임에 포함되지 않았던 탄소 배출에 대한 환경적 비용이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입니다. 이미 루프트한자(Lufthansa)나 에어프랑스-KLM 같은 유럽계 대형 항공사들은 SAF 구매 비용을 포함한 '그린 운임(Green Fares)' 옵션을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고객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8. 새로운 솔루션: 북 앤 클레임(Book and Claim) 모델
물리적인 SAF 공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북 앤 클레임(Book and Claim)' 시스템입니다. 이는 SAF가 실제로 특정 비행기에 주입되지 않더라도, 탄소 감축 가치를 디지털로 인증받아 거래하는 방식입니다.
🌐 북 앤 클레임 시스템의 작동 원리
- 생산 및 주입: SAF 생산 시설이 있는 특정 공항에서 연료를 주입하고 탄소 감축분을 시스템에 기록.
- 가치 분리: 연료 자체는 실제 인근 비행기에 주입되지만, '탄소 저감 권리'는 디지털 증서로 발행.
- 구매 및 상쇄: 전 세계 어디에 있든 환경적 기여를 원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이 증서를 구매하여 자신의 비행으로 발생한 탄소를 공식적으로 상쇄.
9. 결론: 기술적 완성보다 중요한 것은 '전환의 속도'
탄소 중립 비행을 위한 SAF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대안'이 아닌 현재진행형인 국제법적 의무입니다. 물론 생산 인프라의 부족과 높은 단가라는 장벽이 존재하지만, ICAO의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와 정부의 보조금 정책, 그리고 기업들의 ESG 투자 확대는 SAF 시장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비행기를 타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극단적인 질문 대신 "어떻게 더 깨끗한 연료로 하늘을 날 수 있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SAF는 그 질문에 대한 현재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응답이며, 항공 산업이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고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로 거듭나기 위한 유일한 통로가 될 것입니다.
Deep Insight: The Future of Aviation Fuel
© 2025 Sustainable Aviation Tech Report.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