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 사례 분석: 오버투어리즘을 막는 정밀 수용력 관리(Carrying Capacity)
"세계 8대 불가사의로 칭송받는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는 매년 폭증하는 관광 수요 앞에서도 '수용력 관리(Carrying Capacity)'라는 행정적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는 단순한 관광객 통제를 넘어, 인간의 간섭을 자연이 회복 가능한 임계치 이내로 묶어두는 뉴질랜드 보전부(DOC)의 '자연 우선주의(Nature First)' 전략이 실현되는 현장이다."
※ 본 리포트는 뉴질랜드 보전부(Department of Conservation)의 Milford Sound Piopiotahi 마스터플랜 및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관리 지침을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서론: 자연이 허락한 만큼만 수용하는 '신의 영지'
뉴질랜드 남섬의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중심부에 위치한 밀포드 사운드는 빙하가 깎아 만든 압도적인 원시림과 해안 절벽을 간직한 생태적 보고다. 195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전 세계적인 관광지로 급부상했으나, 뉴질랜드 정부는 무분별한 개발 대신 '접근성 제한'과 '시설물 최소화'라는 보수적인 행정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는 관광 수익 극대화라는 경제적 가치보다 생물 다양성 보전이라는 생태적 가치를 상위에 두는 뉴질랜드 특유의 환경 행정 철학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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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보전부(DOC)의 엄격한 수용력 관리를 통해 인공 시설물 없이 원형 그대로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밀포드 사운드의 피오르드 전경 |
밀포드 사운드의 관리 모델은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된 오늘날, 지자체와 행정 당국이 취해야 할 지속 가능한 관리의 표준을 제시한다. 험준한 지형적 한계를 행정적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야생동물의 서식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간의 진입을 허용하는 밀포드 사운드의 정책은 환경 보존이 곧 관광 자산의 희소성을 유지하는 최선의 전략임을 증명한다.
본 리포트는 밀포드 사운드가 실천하고 있는 정밀한 관광 수용력 통제 시스템과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를 위한 행정 규제를 심층 분석한다. 또한 관광 수익을 보전 기금으로 환원하는 재정 구조와 마오리 전통 가치인 '카이티아키탕가(Kaitiakitanga)'가 현대 행정법과 어떻게 결합하여 작동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고품격 생태 관광 모델을 구상하는 국내 정책 입안자들에게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자 한다.
1. 정밀한 관광 수용력(Carrying Capacity) 통제 시스템
밀포드 사운드 행정의 핵심은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수치화하여 관리하는 '관광 수용력(Carrying Capacity)'의 철저한 준수에 있다. 뉴질랜드 보전부(DOC)는 밀포드 사운드로 향하는 유일한 지상 통로인 '밀포드 로드(State Highway 94)'를 단순한 도로가 아닌, 방문객 총량을 조절하는 핵심 행정 밸브로 활용한다. 이는 물리적 접근성을 제한함으로써 고립된 생태계의 정숙성과 야생성을 유지하는 고도의 관리 전략이다.
- 차량 진입 제한 및 셔틀 전환: 개인 승용차의 진입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허가된 공공 셔틀버스 및 단체 관광 버스 중심의 수송 체계 운용을 통해 탄소 배출과 소음 저감
- 시간대별 방문 분산(Time-slotting): 특정 시간대 유람선 터미널에 인파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선박 운항 스케줄을 엄격히 분산 배치하여 혼잡도 관리
- 시설 확장 금지 원칙: 추가적인 주차장 건설이나 대규모 숙박 시설 확충을 법적으로 제한하여, 시설 용량이 관광객 유입을 유도하는 '유도 수요' 발생 원천 차단
데이터 기반의 예측 행정: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뉴질랜드 당국은 밀포드 사운드의 생태적 건전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 다각적인 데이터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방문객의 이동 패턴, 쓰레기 발생량, 산책로의 토양 답압 정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설정된 임계치를 초과할 징후가 보일 경우 즉각적으로 진입 예약 수량을 조절한다. 이러한 '적응형 관리(Adaptive Management)'는 환경 훼손이 발생한 후 조치하는 사후 약방문식 행정이 아니라, 훼손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적 행정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러한 엄격한 통제는 관광객들에게 '아무나 올 수 없는 장소'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장소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밀포드 사운드는 양적 성장을 포기하고 질적 가치를 선택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오버투어리즘 위기 속에서도 생태계의 원형을 보전하면서 관광객 개개인에게는 깊이 있는 몰입감을 선사하는 독보적인 생태 관광 모델을 구축했다.
2.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를 위한 인간 활동 규제
밀포드 사운드의 생태 행정은 풍경 보존을 넘어, 이곳을 터전으로 삼는 야생동물의 '생존권 보장'에 초점을 맞춘다.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관리 계획에 따라, 인간의 모든 관광 활동은 야생동물의 번식과 이동 경로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 이는 단순히 동물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해양과 육상이 교차하는 피오르드 특유의 복잡한 먹이사슬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다.
- 해양 포유류 보호(Marine Mammal Protection):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와 뉴질랜드 물개 서식지 근처에서의 선박 운항 속도를 5노트 이하로 제한하며, 특정 휴식 구역은 선박 진입을 전면 차단
- 피오르드랜드 펭귄(Fiordland Crested Penguin) 보호: 번식기 동안 펭귄의 상륙 지점 인근 산책로를 폐쇄하거나 가이드를 동반하지 않은 개별 접근을 엄격히 통제
- 외래종 유입 차단(Biosecurity): 선박 평형수를 통한 외래 해양 생물 유입을 막기 위해 모든 유람선에 대한 정기적인 선체 검사 및 유해종 제거 의무화
거리 유지 규정: 비침입적 관광의 제도화
뉴질랜드 보전부(DOC)는 관광객과 야생동물 간의 '심리적·물리적 거리'를 법률로 명시하고 있다. 해양 동물에게 50m 이내로 접근하는 행위, 특히 먹이를 주거나 소음을 내어 주의를 끄는 행위는 엄격한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이러한 규제는 야생동물이 인간을 위협이나 먹이 공급원으로 인식하지 않게 함으로써, 동물의 야생성을 보전하고 인간과의 비정상적인 접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 전파를 차단하는 효과를 거둔다.
관리 당국은 '판타이 다가트'와 유사한 형태의 현장 감시관(Rangers)을 상시 배치하여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또한 관광 가이드들에게 야생동물 보호 자격증(Marine Mammal Advocacy) 이수를 강제하여, 현장의 종사자들이 단속원이자 보호 활동가로서 기능하게 하는 민관 합동 감시 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철저한 규제는 밀포드 사운드를 야생동물이 안심하고 번식할 수 있는 최후의 안식처로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다.
3. 지속 가능 투어리즘의 재정 구조와 보전 기금
밀포드 사운드의 생태 보전은 일회성 예산 지원이 아닌, 관광객이 창출한 수익이 다시 자연으로 회복되는 재정적 선순환 체계를 통해 유지된다. 뉴질랜드 정부는 '수혜자 부담 원칙'을 행정의 기본 방침으로 세우고,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모든 외부 조력자로부터 징수한 자금을 생태계 복원 및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에 전액 재투자하는 독립적 재정 구조를 확립했다.
- 국제 방문객 보전 기금(IVL) 운용: 외국인 관광객에게 징수하는 보전 부담금을 통해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밀포드 사운드 내 멸종위기종 복원 프로젝트와 인프라 유지 보수에 우선 할당
- 엄격한 민간 운영 면허제(Concessions): 국립공원 내에서 활동하는 유람선, 헬기, 가이드 업체에 대해 까다로운 환경 표준 이수를 조건으로 면허를 부여하며, 매출의 일정 비율을 환경 분담금으로 징수
- 비용 기반 수요 관리(Differential Pricing): 성수기 및 혼잡 시간대에 높은 이용료를 부과하여 방문 수요를 자연스럽게 억제하고, 확보된 추가 재원을 고도화된 감시 장비 도입에 활용
비영리적 행정의 실현: 보전 가치 극대화
이러한 재정 구조의 목적은 단순히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관광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적 외부 불경제(External Diseconomies)를 행정 내부에서 완벽히 상쇄하는 데 있다. 밀포드 사운드를 관리하는 뉴질랜드 보전부(DOC)는 기업의 영리 추구가 생태계 한계선을 넘지 못하도록 감시하며, 면허 갱신 시 환경 영향 평가 점수를 최우선 지표로 삼는다.
재원의 투명한 운용은 민간 사업자들과 관광객들의 정책 지지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 된다. 내가 낸 비용이 펭귄의 서식지를 지키고, 훼손된 등산로를 복구하는 데 쓰인다는 확신은 규제 중심의 행정을 '공동의 가치 보존'을 위한 협력 체계로 전환시킨다. 이는 공공 자원의 상업적 이용과 생태적 보전이 어떻게 재정적으로 양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행정 설계다.
4. 저탄소 모빌리티 및 인프라 최소화 전략
밀포드 사운드의 생태 행정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지양하고, 현존하는 시설의 효율적 이용과 '탄소 발자국 최소화'에 방점을 둔다.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의 보전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뉴질랜드 당국은 시설물 확장을 통한 관광객 수용이 아닌, 친환경 모빌리티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통해 환경 부하를 줄이는 전략을 채택했다.
- 전기 유람선 및 하이브리드 선박 도입: 피오르드 내부의 대기 오염과 수중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석 연료 선박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고, 전기 동력 기반의 정숙한 관광 선박 운영 장려
- 'Bring It Back' 폐기물 정책: 밀포드 사운드 내에 쓰레기 매립 시설이나 대형 처리장을 두지 않으며, 발생하는 모든 폐기물을 방문객과 운영업체가 외부로 직접 반출하도록 하는 무배출 행정 고수
- 인프라 규모 동결(Infrastructure Freeze): 숙박 시설의 신규 건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기존 시설의 개보수 시에도 주변 경관과의 시각적 조화 및 환경 영향 평가를 최우선으로 적용
최소 개입의 원칙: 자연의 고요함 보존
밀포드 사운드의 기반 시설 관리 철학은 '자연의 고요함' 또한 보전되어야 할 핵심 자원으로 간주한다. 이를 위해 헬리콥터와 경비행기의 이착륙 횟수 및 고도를 엄격히 규제하며, 인공적인 소음이 야생동물의 의사소통과 관광객의 몰입 경험을 방해하지 않도록 물리적 장벽보다 강력한 행정적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인프라 최소화 전략은 역설적으로 관광객들에게 더욱 순수한 대자연의 경험을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요소가 된다. 편의 시설이 부족한 불편함을 '보호된 야생'이라는 특별한 가치로 치환함으로써, 밀포드 사운드는 단순한 유원지가 아닌 인류가 공유해야 할 자연 유산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
5. 마오리 전통 가치와 현대 행정의 결합: 카이티아키탕가(Kaitiakitanga)
밀포드 사운드의 관리 체계는 서구적 환경 공학을 넘어,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생태 철학인 '카이티아키탕가(Kaitiakitanga)'를 법적·행정적 근간으로 삼는다. 이는 인간을 자연의 주인이 아닌 '수호자'로 정의하는 가치관으로, 뉴질랜드 보전부(DOC)와 지역 마오리 부족(Iwi) 간의 공동 관리(Co-governance) 모델을 통해 실현된다.
- 정책 의사결정 참여: '나이 타후(Ngāi Tahu)' 부족이 밀포드 사운드 마스터플랜 수립 단계부터 참여하여, 조상 대대로 내려온 생태 지식을 현대적 보전 지침에 통합
- 지명 및 문화 유산 복원: 밀포드 사운드의 본래 지명인 '피오피오타히(Piopiotahi)'를 공식 행정 문서에 병기하며, 단순한 풍경 관람을 넘어 마오리족의 역사와 정신을 공유하는 교육 중심의 관광 지향
- 라후이(Rāhui) 제도의 행정 활용: 생태계 회복이 필요할 경우 마오리족의 전통적 접근 금지령인 '라후이'를 현대적 폐쇄 조치와 결합하여 시행함으로써 주민과 관광객의 자발적 동참 유도
영성적 보전: 미래 세대를 위한 차용
마오리족에게 자연은 조상의 영혼이 깃든 공간이자 미래 세대에게 잠시 빌려 쓰는 자산이다. 이러한 인식은 '단기적 관광 수익'을 위해 '장기적 생태 건전성'을 희생하는 행정적 타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밀포드 사운드 내 모든 개발 행위는 문화 영향 평가(Cultural Impact Assessment)를 통과해야 하며, 이는 환경 영향 평가만큼이나 강력한 거부권을 행사한다.
결국 5장에서 다루는 핵심은 기술적 규제보다 강력한 '문화적 신념'이 어떻게 행정의 집행력을 뒷받침하는가에 있다. 현대적 환경 관리 기법에 원주민의 수호 정신을 결합한 밀포드 사운드의 모델은, 법적 강제력을 넘어선 도덕적·철학적 당위성을 확보하며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공동 거버넌스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종합 결론: 공급자가 통제하는 '고품격 생태 관광'의 승리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의 사례는 관광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수요에 대한 응답'이 아닌 '공급량의 철저한 통제'에서 온다는 것을 입증한다. 뉴질랜드 보전부(DOC)는 시장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연이 수용 가능한 임계치를 행정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았으며, 이를 통해 생태적 건전성과 관광 자산의 희소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성과 요약] 밀포드 사운드 생태 행정의 주요 지표
| 핵심 관리 항목 | 행정적 대응 체계 | 기대 효과 |
|---|---|---|
| 방문객 관리 | 일일 차량 및 선박 슬롯 제한(Quotas) | 오버투어리즘 및 환경 부하 원천 차단 |
| 야생동물 보호 | 번식기 산책로 폐쇄 및 선박 서행 의무화 | 멸종위기종(펭귄, 돌고래) 서식권 보장 |
| 재정 및 거버넌스 | 보전 부담금(IVL) 징수 및 마오리족 공동 관리 | 재정 자립 및 문화적 정당성 확보 |
정책 시사점: 불편함이 만드는 프리미엄
밀포드 사운드가 전 세계 지자체에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불편함의 가치'다. 편리한 접근성보다 정숙한 환경을, 대규모 리조트보다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선택한 행정적 결단은 오히려 이곳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로 만들었다. 한국의 국립공원 및 생태 보호구역 관리에서도 양적 팽창 위주의 관광 정책에서 벗어나, 생태계의 한계를 선제적으로 정의하고 그 안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수요(Demarketing) 행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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