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라자 암팟(Raja Ampat)의 해양 행정: 전통 관습 '사시(Sasi)'와 블루 이코노미가 만든 해양의 기적
"인도네시아 라자 암팟의 해양 행정은 지구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산호초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전통적 관습법(Sasi)과 현대적 해양 보호 구역(MPA)의 법적 융합'을 실현한 거버넌스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이는 외부의 일방적인 규제가 아닌, 지역 주민이 보존의 주체가 되어 해양 자본을 가치화하는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의 행정적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
※ 본 리포트는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MMAF)의 라자 암팟 해양 보호 구역 관리 지침 및 국제 보존 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의 생물 다양성 모니터링 성과 지표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서론: 지구 해양의 심장, 라자 암팟이 선택한 '공동체적 보존'
인도네시아 서파푸아주에 위치한 라자 암팟(Raja Ampat)은 전 세계 산호 종의 75%가 서식하는 이른바 '산호 삼각형(Coral Triangle)'의 중심부다. 한때 다이너마이트 어업과 상어 지느러미 채취 등 약탈적 어로 활동으로 인해 붕괴 위기에 처했던 이 해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도입된 '공동체 기반 해양 보호 구역(MPA)' 거버넌스를 통해 기적적인 회복을 일궈냈다. 보니토가 '디지털 바우처'를 통한 통제를 선택했다면, 라자 암팟은 수 세기 동안 내려온 원주민의 자원 관리 관습인 '사시(Sasi)'를 현대 행정법 체계로 끌어들여 강제력과 자발성이 결합된 독보적인 보존 모델을 구축했다.
![]() |
| 전통 관습법과 현대 행정의 결합으로 보존된 라자 암팟의 해양 경관 |
라자 암팟의 압도적인 수중 경관은 단순히 자연의 복원력에만 기댄 것이 아니다. 이는 관광객이 지불하는 '해양 환경 서비스 요금(Tarif Layanan Lingkungan)'을 지역 사회의 감시 인력 운용비로 즉각 전환하는 순환형 재무 행정과, 불법 어업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민간 합동 순찰 시스템'이 맞물린 결과물이다. 본 리포트는 라자 암팟을 단순한 다이빙 명소가 아닌, 기후 위기와 오버투어리즘에 맞서 해양 영토의 생태적 주권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생태 행정의 표준'으로 규정하고 그 핵심 전략들을 분석한다.
특히 '전통 관습법 Sasi의 행정적 제도화', '입도료 기반의 독립적 보존 기금(BLUD) 운영', 그리고 '지역 주민 친화형 생태 관광 인프라 설계' 등을 상세히 파헤친다. 라자 암팟의 사례는 자본과 환경이 충돌하는 접점에서 지역 공동체의 참여가 어떻게 보존의 영속성을 담보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행정적 해답을 제시한다.
1. 전통의 행정화: 사시(Sasi) 관습법과 현대 MPA의 법적 결합
라자 암팟 해양 보존의 핵심 동력은 원주민의 고대 관습인 '사시(Sasi)'를 현대적인 해양 보호 구역(MPA) 시스템의 실질적 규제로 편입시킨 것이다. '사시'는 특정 해역에서 어패류 채취를 일정 기간 금지하여 자원이 회복될 시간을 확보하는 전통적 자율 규범이다. 라자 암팟 행정 당국은 이를 지방 정부 법령(Perda)과 결합함으로써, 단순한 지역 풍습을 넘어선 공식적인 법적 집행력을 확보했다.
- 핵심 보전 구역(No-take Zone) 지정: 전통적인 사시 구역을 정부 MPA 지도의 절대 보존 구역으로 등록하여 법적 보호 근거 마련
- 공동체 감시단(Pokmaswas) 권한 부여: 원주민 마을 공동체에 불법 어업 단속 및 현장 보고에 대한 행정적 권한 위임
- 문화적 시너지: 종교적·전통적 의식과 결합하여 법적 처벌 이상의 강력한 심리적 위반 저항선 구축
규제 효율을 극대화하는 상향식(Bottom-up) 행정
정부 주도의 일방적 규제 대신 주민들이 지켜온 약속을 국가가 보증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라자 암팟은 행정 인력이 닿지 않는 광활한 군도를 '주민들의 자발적 감시망'으로 채우는 고효율 거버넌스를 탄생시켰다. 이는 외부의 법보다 지역의 오래된 약속이 환경 보존에 더 민첩하고 강력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성과다.
'문화적 유산'이 '생태적 주권'으로 치환된 이 선택은 파괴적인 어업을 멈추고 산호초가 자생력을 회복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행정적 방어선이 되었다. 주민을 규제 대상이 아닌 보존의 주체로 인정한 결정은 해양 자산 관리 모델 중에서도 인문적 가치와 환경 행정이 결합된 최상위 수준의 사례로 평가받는다.
2. 입도료 기반의 독립적 보존 기금: BLUD를 통한 재무적 선순환 행정
라자 암팟 보존 행정의 재정적 자립은 '지방 공공 서비스 기관(BLUD)'이라는 독립 채산제 시스템을 통해 완성된다. 관광객이 지불하는 '해양 환경 서비스 요금'은 중앙 정부로 귀속되지 않고 지역 보존 기금으로 직접 적립되어, 현장의 생태계 보호 활동에 즉각적으로 투입된다. 이는 외부 원조에 의존하지 않고 관광 수익이 보존 예산으로 직결되는 자기 완결적 재무 모델을 구축했음을 의미한다.
- 목적세 성격의 기금 관리: 입도료 수익의 70% 이상을 해양 보호 구역(MPA) 순찰과 생태 모니터링 비용으로 고정 할당
- 지역 사회 직접 환류: 징수된 자금의 일부를 마을 공동체 복지 예산으로 배분하여 주민들이 보존의 경제적 혜택을 직접 체감하도록 설계
- 디지털 핀(Pin) 시스템: 고유 식별 코드가 담긴 핀 발급을 통해 무단 입도를 방지하고 방문객 데이터를 정밀하게 관리
수혜자 부담 원칙을 통한 보존의 영속성 확보
이 시스템은 관광객을 단순 소비자가 아닌 '해양 생태계 유지의 후원자'로 격상시킨다. 자금이 지역 주민의 학교, 보건소 운영 등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과 연동됨에 따라, 공동체 내부에서 '바다를 지키는 것이 곧 생존'이라는 합의가 행정적으로 공고해졌다. 수익의 로컬 환류는 전통 관습법인 '사시(Sasi)'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집행력을 유지하게 만드는 강력한 경제적 동력이 된다.
경제적 인센티브와 환경 행정이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는 자본이 환경을 파괴하는 도구가 아닌, 생태계의 회복 탄력성을 지탱하는 재무적 방어선으로 작용하게 만든다. 수익의 로컬 환류를 통해 보존의 당위성을 확립한 이 모델은 개발도상국 해양 행정이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재무 표준을 제시한다.
3. 생물 다양성 모니터링과 과학적 수용력 행정: 데이터가 지키는 산호의 정원
라자 암팟 해양 행정의 전문성은 주관적 판단이 아닌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모니터링에서 기인한다. 전 세계 산호 종의 75%가 밀집된 생태적 민감성을 고려하여, 행정 당국은 매년 해양 생물 지표 조사를 실시하고 각 해역의 회복 탄력성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이는 산호의 백화 현상이나 어류 개체 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이빙 허용 인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과학적 행정의 근거가 된다.
- 어류 생체량(Fish Biomass) 분석: 주요 어종의 밀도를 측정하여 사시(Sasi) 구역의 개방 여부와 어획 제한량을 결정
- 산호 피도(Coral Cover) 실시간 점검: 다이빙 포인트별 산호 상태를 점검하여 훼손 징후 포착 시 즉각적인 '다이빙 안식년' 공표
- 육상 오염원(LBS) 제어: 배후지의 하수 및 폐기물 유입이 산호초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여 개발 인허가 밀도 조절
예방적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기반한 입도 통제
행정청은 불확실한 생태적 위협에 대해 예방적 원칙을 우선 적용한다. 특정 구역의 스트레스 지수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즉각적으로 입도 인원을 제한한다. 이러한 데이터 연동형 규제는 관광업계에 투명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라자 암팟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최상의 생태계 상태에서만 진입이 허용된다'는 고부가가치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수치가 보존의 명분이 될 때 규제의 권위는 확고해진다. 앞서 확보된 보존 기금은 이러한 고비용의 과학적 조사 장비와 전문가 인력을 유지하는 핵심 자원이 된다. 수중의 생물학적 데이터를 행정적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로 치환한 이 체계는 해양 자본의 가치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기술적 방어선 역할을 수행한다.
4. 불법 어업 근절을 위한 민관 합동 순찰: 해양 레인저(Ranger)와 공동체의 물리적 방어선
라자 암팟 해양 행정의 실질적인 집행력은 '민관 합동 해양 순찰 시스템'에서 구축된다. 9백만 헥타르에 달하는 광활한 해역을 정부 인력만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리적 한계가 명확하기에, 행정 당국은 보존 기금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공동체 감시단(Pokmaswas)'을 전문 해양 레인저로 육성했다. 이는 현지 사정에 능통한 주민들이 직접 불법 어업과 생태계 훼손을 차단하는 현장 밀착형 단속 행정의 모델이다.
- 거점별 감시 초소(Patrol Posts) 운용: 주요 보호 구역 입구와 산호 밀집 지역에 상설 초소를 설치하여 24시간 실시간 감시 체계 유지
- 스마트 순찰(SMART Patrol) 기술 도입: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불법 활동 지점과 야생 동물 발견 현황을 기록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순찰 효율 극대화
- 법적 집행권의 결합: 민간 감시단이 위반 행위를 적발하면, 동행한 해양 경찰이나 해군이 즉각적인 체포 및 압수 절차 수행
파괴적 어업(Destructive Fishing)에 대한 무관용 원칙
레인저들의 주된 표적은 산호초를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파괴하는 다이너마이트 및 청산가리 어업이다. 행정 당국은 이를 중대한 환경 범죄로 규정하고 엄격한 처벌을 집행한다. 이러한 강력한 물리적 단속은 지역 어민들에게 **'바다는 파괴가 아닌 보존할 때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준다'**는 인식을 확산시켰으며, 과거 약탈적 어민들이 현재는 바다를 지키는 레인저로 전향하는 인적 자원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고 있다.
주민 레인저들은 단순히 급여를 받는 인력이 아니라, 지역의 전통 가치인 '사시(Sasi)'를 현대적으로 수호하는 자발적 주체가 된다. 시스템과 데이터가 물리적 강제력과 결합될 때 보존의 완결성이 확보된다는 것을 라자 암팟의 사례는 보여준다. 적극적인 순찰 행정을 통해 해양 영토에 대한 실질적인 생태적 지배력을 행사함으로써 전 세계 해양 자산 관리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5. 행동 규범의 내재화: 에코 투어리즘 가이드라인과 전문 가이드 의무화
라자 암팟의 해양 보호는 물리적 단속을 넘어, 관광객 개개인의 행위를 정교하게 제어하는 '행동 프로토콜'의 확립으로 완성된다. 행정 당국은 다이버와 스노클러가 수중 생태계에 미치는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력한 코드 오브 컨덕트(Code of Conduct)를 법제화했다. 이는 단순한 권고를 넘어, 위반 시 해당 리조트나 선박에 행정 처분을 내리는 책임 연동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 접촉 제로 원칙(No Touch Policy): 산호 접촉 및 해양 생물 채집을 엄격히 금지하며, 인위적 부주의를 막기 위해 장갑 착용 원칙적 불허
- 화학적 오염 차단: 산호초 백화 현상을 유발하는 성분이 제외된 '리프 세이프(Reef-safe)' 자외선 차단제 사용 의무화
- 부력 조절 및 핀(Fin) 통제: 미숙한 부력 조절로 인한 산호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의 밀착 감시 및 특정 구역 핀 사용 제한
현장 관리의 핵심, 인증 가이드 시스템
모든 관광객은 반드시 지역 정부의 인증을 받은 전문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 가이드는 단순한 안내원을 넘어 관광객의 규정 위반을 현장에서 즉각 제지할 권한을 가진 '준(準)행정 감시관' 역할을 수행한다. 라자 암팟 행정청은 정기적인 보수 교육을 통해 가이드들에게 최신 생태 데이터와 법규를 숙지시키며, 이들을 실시간 현장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인적 관리는 거친 해류와 광활한 수중 환경이라는 라자 암팟의 지형적 특성에 맞춘 필연적인 행정 선택이다. 관광객의 감동은 방임이 아닌, 엄격한 규율 속에서 보존된 태초의 자연을 목격할 때 극대화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가이드를 통한 밀착 통제는 수중의 무결성을 유지하는 가장 직접적인 장치가 되어 해양 생태계의 원형을 보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6. 지역 사회 기반 인프라: 홈스테이 네트워크와 분산형 관광 모델
라자 암팟은 대규모 자본에 의한 환경 파괴와 이익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에코 홈스테이(Eco-homestay)' 중심의 인프라 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는 거대 리조트 개발을 제한하고, 관광의 혜택이 섬 구석구석의 원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만드는 소득 분산형 거버넌스의 핵심이다. 보존의 결과가 지역 사회의 경제적 자립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인프라 모델이다.
- 저영향 건축 가이드라인: 현지 천연 재료를 사용하고 콘크리트 사용을 최소화한 수상 가옥 형태의 숙소 건축 권장
- 소규모 분산 수용: 특정 해역에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여러 섬과 마을로 숙박 시설을 분산시켜 생태적 압력 완화
- 현지 조달 시스템: 식재료 조달, 보트 운송 등을 마을 공동체가 직접 전담하여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 확립
주민이 주도하는 보존의 선순환 체계
홈스테이 네트워크는 주민들에게 바다를 지켜야 하는 실질적인 경제적 동기를 부여한다. 행정 당국은 영세한 원주민들이 생태 관광의 주역이 되도록 교육과 기술 지원을 집중했으며, 이는 주민들로 하여금 약탈적 어업보다 관광객을 맞이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외부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환경 수호로 이어지는 심리적 토대가 되었다.
라자 암팟의 인프라 정책은 화려한 개발보다 '생태적 적합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수상 가옥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를 제어하기 위한 정화 가이드라인과 플라스틱 반입 금지 정책은 주민의 삶과 자연의 보전이 분리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 모델은 개발도상국이 환경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역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생태 관광 표준을 제시한다.
종합 결론: 규제가 창출하는 프리미엄, 라자 암팟 모델의 행정적 함의
인도네시아 라자 암팟의 사례는 강력한 환경 규제가 어떻게 지역 경제의 고부가가치 자산으로 치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행정학적 이정표다. 전통 관습법인 '사시(Sasi)'의 현대적 법제화와 독립 채산제 기반의 보존 기금(BLUD) 운영은, 자원 보존과 주민 복지가 충돌하는 이분법적 구도를 타파하고 '보존이 곧 번영'이 되는 상생의 거버넌스를 구축해냈다.
[심화 부록] 라자 암팟 해양 행정 및 거버넌스 성과 비교 분석
| 핵심 관리 항목 | 도입 이전 (방임기) | 시스템 구축 이후 (관리기) | 행정적 성과 |
|---|---|---|---|
| 보존 재무 구조 | 중앙 정부 예산 및 외부 원조 의존 | 독립 채산 기금(BLUD) 운영 | 보존 예산의 안정성 및 지역 환류 확보 |
| 자원 관리 규범 | 법적 근거 없는 단순 구전 관습 | 사시(Sasi)의 지방 법령(Perda)화 | 민간 자율 규제의 강력한 법적 집행력 확립 |
| 현장 단속 주체 | 인력 부족으로 인한 감시 공백 | 민관 합동 해양 레인저(Pokmaswas) | 불법 어업 및 환경 범죄 발생률 급감 |
[관련 리포트 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