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친퀘테레(Cinque Terre) 오버투어리즘 해법: 입도 모니터링과 트레킹 유료화 전략

"절벽 위 다섯 개의 보석이라 불리는 친퀘테레는 매년 3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오버투어리즘의 최전선이다. 이탈리아 당국은 '관광객의 무제한적 접근'이 마을의 구조적 붕괴와 거주민의 이탈을 초래한다는 판단 아래, 디지털 모니터링 기반의 인원 통제트레킹 코스 유료화라는 강력한 규제 행정을 도입했다."

※ 본 리포트는 친퀘테레 국립공원(Parco Nazionale delle Cinque Terre)의 방문객 관리 지침 및 친퀘테레 카드(Cinque Terre Card)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서론: 벼랑 끝의 유산, 오버투어리즘과의 전쟁

이탈리아 리구리아 해안에 위치한 친퀘테레는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형성된 파스텔톤 마을과 포도밭 테라스가 자아내는 독특한 경관으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러나 협소한 지형적 특성과 한정된 보행로에 비해 과도하게 유입되는 관광객은 지역 생태계뿐만 아니라 지반 구조의 안정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와 국립공원 관리청은 '관광 활성화'보다 '지속 가능한 생존'을 우선순위에 둔 블루 거버넌스(Blue Governance) 모델을 가동하고 있다.

가파른 절벽 위에 세워진 이탈리아 친퀘테레의 파스텔톤 마을 전경과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트레킹 경로
실시간 인파 모니터링과 트레킹 유료화 정책을 통해 보존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친퀘테레의 마을 전경

친퀘테레의 행정 전략은 '규제가 어떻게 자산의 가치를 지키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관광객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인파 밀도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트레킹 코스 이용료를 징수하여 이를 다시 환경 복원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수익 환원형 통제 시스템은 전 세계 관광지가 겪고 있는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대해 행정 당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실천적이며 데이터 기반의 해법을 제시한다.

본 리포트는 친퀘테레가 도입한 디지털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과 '친퀘테레 카드'를 통한 트레킹 유료화의 행정적 메커니즘을 심층 분석한다. 또한 관광 수익이 지역 농가 보존과 인프라 유지에 어떻게 재투자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대한민국 연안 및 산악 관광지의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1. 디지털 기반의 실시간 입도 모니터링 시스템

친퀘테레 행정의 최우선 과제는 물리적으로 확장이 불가능한 협소한 마을 부지와 해안 절벽 산책로에 쏟아지는 인파를 과학적으로 분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친퀘테레 국립공원은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결합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방문객의 이동 패턴을 가시화하여 특정 구간의 밀도가 임계치를 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제어하는 고도화된 수요 관리 전략이다.

실시간 인파 관리 및 밀도 제어 시스템
  • 전용 모바일 앱 'PNCT' 활용: 주요 트레킹 코스인 '센티에로 아주로(Blue Trail)'의 구간별 실시간 혼잡도를 신호등 색상(초록·노랑·빨강)으로 표시하여 방문객의 자발적 분산 유도
  • 지능형 인원 계수 센서(CCTV Counter): 다섯 개 마을의 기차역 출입구와 트레킹 코스 진입점에 설치된 정밀 센서를 통해 유입 인원을 5분 단위로 집계
  • 알고리즘 기반 진입 차단: 특정 구간의 인원 밀도가 제곱미터($m^2$)당 안전 기준을 초과할 경우, 현장 가드와 연동하여 해당 코스의 진입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행정 명령 실행

스마트 관광 행정: 보전과 안전의 동시 확보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단순히 혼잡을 피하는 목적을 넘어, 지반이 취약한 절벽 산책로의 구조적 안전성을 보호하는 방어기제로 작동한다. 과도한 하중이 집중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붕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물리적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또한, 수집된 방문객 유입 데이터는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인력 배치 및 열차 운행 간격 조정 등 행정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이탈리아 당국은 이러한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무조건적인 개방'이 아닌 '관리된 접근'의 개념을 정착시켰다. 데이터는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규제에 반발할 수 있는 관광 업계와 방문객들에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설득력을 제공한다. 친퀘테레의 스마트 모니터링은 기술이 어떻게 전통적 마을의 아날로그적 가치를 오버투어리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도적인 사례다.

2. 친퀘테레 카드(Cinque Terre Card): 트레킹 유료화의 행정 설계

친퀘테레 행정의 가장 실질적인 통제 수단은 주요 트레킹 코스를 유료화하고 이를 열차 이용권과 결합한 '친퀘테레 카드(Cinque Terre Card)' 제도다. 이는 공공재인 자연 경관을 이용하는 대가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방문객의 총량을 경제적으로 조절하고 관리 비용을 사용자에게 부담시키는 '수혜자 부담 원칙'의 전형적인 사례다.

친퀘테레 카드 시스템의 구성 및 특징
  • 트레킹 카드(Cinque Terre Trekking Card): 세계적인 인기 코스인 '블루 트레일(Sentiero Azzurro)' 진입권을 포함하며,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은 산책로 유지 보수 및 안전 요원 배치에 투입
  • 통합 카드(Cinque Terre Treno MS Card): 마을 간 무제한 열차 이용권과 트레킹 진입권을 통합하여, 개별 차량 유입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극대화하는 모빌리티 정책
  • 동적 가격 책정(Dynamic Pricing) 도입 검토: 방문객이 몰리는 성수기나 주말에는 가격을 높이고 비성수기에는 낮추어 수요를 시기별로 분산하는 행정적 조절 장치 운용

가치 중심의 관광 필터링: 진정성 있는 방문객 유치

트레킹 코스의 유료화는 단순히 재원을 마련하는 수단을 넘어, 지역 생태계를 진심으로 아끼는 '가치 중심 관광객'을 필터링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비용을 지불하고 입장한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코스의 보전 상태와 안내 수칙에 더 높은 관심을 가지게 되며, 이는 쓰레기 투기나 경로 이탈 같은 무질서한 행위를 심리적으로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또한, 관리청은 카드 판매 데이터를 통해 각 마을별 진입 인원과 국적 정보를 파악하여 맞춤형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료화를 통해 확보된 강력한 데이터는 친퀘테레가 지속 가능한 관광지로 남기 위한 행정적 결단의 근거가 되며, '무료 관광'이 주는 오버투어리즘의 폐해로부터 지역 공동체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3. 관광 수익의 생태계 재투자 및 경로 유지 관리

친퀘테레 카드를 통해 조성된 막대한 재원은 일반 세입으로 편입되지 않고, 국립공원의 생태적 복원인프라의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전액 재투자된다. 이는 관광 활동으로 발생하는 환경적 비용을 관광객이 직접 지불하게 하여, 지역 사회가 환경 파괴의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을 위한 자금'을 수혈받는 행정적 선순환 구조를 완성한다.

재투자 우선순위 및 자금 배분 원칙
  • 지형 안정화 및 산사태 방지: 가파른 절벽과 테라스형 지형의 붕괴를 막기 위한 석축 보수 및 배수 시스템 현대화 사업에 매년 예산의 40% 이상 집중 투입
  • 전통 농업 보조금 지급: 관광객이 감탄하는 '계단식 포도밭'의 경관을 유지하는 주체인 지역 농민들에게 직불금을 지급하여, 농업 포기로 인한 지반 약화를 방지하는 예방적 행정 실행
  • 친환경 인프라 고도화: 국립공원 내 하수 처리 시설의 용량 증설과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의 자동화 등 관광객 유입 증가에 따른 환경 부하 상쇄

경관 유지의 경제학: 농업이 곧 보전이다

친퀘테레 행정청은 마을을 지탱하는 계단식 테라스(Dry Stone Walls)를 단순한 농경지가 아닌 핵심 보전 자산으로 간주한다.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면 석축이 무너지고, 이는 곧 대규모 산사태와 마을의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광 수익은 농민들을 '경관 수호자'로 고용하는 형태의 재정 지원으로 전환되며, 이는 문화유산의 원형을 유지하는 동시에 지역 공동체의 붕괴를 막는 입체적인 정책 성과를 낸다.

결국 친퀘테레의 재투자 모델은 관광객에게 징수한 비용이 어떻게 '안전한 산책로'와 '아름다운 포도밭'이라는 구체적인 가치로 돌아오는지 체감하게 한다. 이러한 재정의 투명성과 목적성은 관광객의 지불 의사를 높일 뿐만 아니라, 규제 중심의 행정이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으로 환원된다는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

4. 저영향 관광(Low-impact) 및 환경 규제

친퀘테레 국립공원의 행정 규제는 단순히 인원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방문객의 행동 양식(Behavioral Pattern)을 직접적으로 교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취약한 지형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관광객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자유로운 관광'보다 '책임 있는 방문'을 강조하는 정책적 대전환을 의미한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고강도 환경 규제
  • 복장 및 장비 규제(Footwear Regulation): 험준한 절벽 구간에서 슬리퍼나 샌들을 착용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고액의 과태료를 부과하여 구조 비용 발생 방지 및 안전 확보
  • 플라스틱 없는 구역(Plastic-free Zone): 국립공원 전역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병 및 식기 사용을 제한하며, 마을 곳곳에 공용 식수대를 설치하여 페트병 쓰레기 발생을 원천 차단
  • 저소음·저탄소 선박 운항: 해안 생태계 보호를 위해 마을을 잇는 유람선의 소음 기준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전동화 선박으로의 교체를 유도하는 환경 인센티브 제공

규제의 브랜드화: 안전이 곧 최고의 서비스

특히 슬리퍼 착용 금지와 같은 독특한 규제는 초기에 방문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구조 헬기 출동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행정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한정된 행정 자원이 사고 수습이 아닌 생태계 보전과 기반 시설 관리에 집중될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관광객들에게 '철저히 준비된 자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지역의 희소성과 전문성을 높였다.

이러한 규제들은 현장의 안내 표지판뿐만 아니라 친퀘테레 카드 구매 시 디지털 알림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지된다. 규제를 단순한 통제가 아닌 '지켜야 할 가치'로 포장하는 친퀘테레의 방식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환경 보호의 주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며, 이는 고품격 생태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소프트웨어적 거버넌스의 정수를 보여준다.

5. 지역 공동체 보전과 거주민 우선 정책

친퀘테레 행정의 최종 목적지는 관광객의 만족도가 아닌 거주민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에 있다. 마을의 모든 인프라가 관광객을 중심으로 재편될 때 발생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을 방지하기 위해, 친퀘테레 국립공원과 5개 마을 지자체는 주민들의 정주 권리를 보호하는 강력한 행정 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공동체 붕괴 방지를 위한 핵심 정주 정책
  • 단기 숙박 쿼터제 및 면허 제한: 에어비앤비(Airbnb) 등 무분별한 공유 숙박 확산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해 신규 숙박업 면허 발급을 제한하고, 주민 실거주 구역을 엄격히 구분
  • 지역 상권 보호(Retail Zoning): 관광객 대상 기념품점의 무분별한 입점을 제한하고, 식료품점·약국 등 주민 생존에 필수적인 기초 상업 시설의 유지 보조금 지원
  • 거주민 우선 이동권 보장: 열차 및 셔틀버스 이용 시 주민 전용 칸 운영이나 우선 탑승권을 부여하여, 관광객 인파로 인한 주민들의 일상적 이동 불편 해소

거버넌스의 주체: 마을 협의회와 행정의 결합

친퀘테레의 모든 정책 결정은 국립공원 관리청의 독단이 아닌, 각 마을 주민 대표들로 구성된 마을 협의회와의 공조를 통해 이루어진다. 예컨대 트레킹 코스의 개방 시간이나 유료화 수익의 배분 방식은 주민들의 투표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방식은 정책의 집행 속도는 다소 늦출지언정, 규제에 대한 지역 사회의 수용성을 높이고 공동체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친퀘테레는 '사람이 살지 않는 박물관'이 되는 것을 경계한다. 주민들이 테라스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골목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모습 자체가 친퀘테레가 가진 최고의 관광 자산이기 때문이다. 거주민을 관광의 보조자가 아닌 생태계 보전의 주권자로 예우하는 이러한 행정 철학은, 오버투어리즘을 겪는 수많은 글로벌 관광지들이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할 인본주의적 거버넌스의 정수를 보여준다.

종합 결론: 데이터와 유료화가 지켜낸 '지속 가능한 유산'

이탈리아 친퀘테레의 사례는 오버투어리즘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할 때, 행정이 어떠한 '공세적 방어'를 취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과학적 통제와 트레킹 유료화를 통한 재정 자립은, 관광 산업의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보전'만이 지역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성과 요약] 친퀘테레 오버투어리즘 대응 행정 지표

핵심 관리 항목 행정적 대응 체계 기대 효과
수요 관리 실시간 앱 모니터링 및 진입 차단 인파 밀도 최적화 및 지반 안정성 확보
재정 구조 트레킹 유료화(친퀘테레 카드) 환경 복원 및 전통 농가 지원 재원 마련
환경 규제 복장 제한 및 플라스틱 프리 구역 구조 비용 절감 및 해양 쓰레기 감소

정책 시사점: '공공재의 유료화'가 선사하는 지속 가능성

친퀘테레의 성공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자연 경관은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보존을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 이탈리아 당국은 '유료화'를 선택함으로써 오히려 자원의 가치를 높였고, 그 혜택을 주민들에게 돌려주었다. 한국의 지역 관광지 역시 무조건적인 인프라 확충보다는 데이터에 기반한 수요 통제이익 공유 거버넌스를 통해 '지속 가능한 매력'을 구축하는 행정적 결단이 필요하다.

[관련 리포트 분석]

[참고 문헌 및 자료]

1. Parco Nazionale delle Cinque Terre. Strategic Plan for Sustainable Tourism.
2.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State of Conservation Report: Portovenere, Cinque Terre.
3. Italian Ministry of Tourism. Impact of Digital Monitoring on Overtourism in Liguria.